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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취업 (이공계)

일본의 대기업 연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 일본 IT대기업 취업 후기 - 연수편

by 반포코기 2024. 5. 18.

[일본 대기업 연수란?]
일본 대기업들은 연수가 잘돼있는 편이다.
 
종합직으로 입사하게 되면 한달에서 두달 가까이 되는 기초연수가 끝나면 부서에 배속이 되는 군대같은 시스템이다.
연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비즈니스에 기초가 되는 글쓰기와 매너 같은 직장생활에 기본이 되는 내용에 대한 롤플레잉이 많다.
 
대체로 사내에서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발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그룹워크를 한다고 보면된다. 
이 때 만큼은 경쟁을 시킨다거나 제대로된 성과물을 요구해서 인사에 크게 반영한다거나 하는 것이 일절 없다.
일본에서의 신입사원은 "실수해도 괜찮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내가 아무리 외국인이라 일본어가 어눌해도, 제시간에 그룹워크를 끝내지 못해도, 민폐를 끼쳐도 유일하게 이해받을 수 있는 기간이 이 "연수기간"이다.
 
이해받을 수 있는 기간이기에 이 기간만의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일본의 학교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학교보다 더 좋을지 모른다.
월급이 나오는데 끝나고 추가과제는 없기에 방과후에 동기들이랑 술먹고 놀러갈 수 있는, 어쩌면 연수기간 동안에 회사는 부모님보다 더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일 수 있다.
 
 
[연수중 생활]
본인이 대기업에 합격해서 들어왔다면 회사마다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대기업의 경우, 채용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연수생들 사이에 반이 형성이 된다.
 
수백명의 규모를 연수시키기에 학교처럼 담임선생님이 존재하고 각 반이 형성이 된다. 반이 결성되면 학교처럼 그룹이 형성되고 그 중에는 운동 좋아하는 그룹, 게임 좋아하는 그룹 등 다양한 그룹이 형성이 된다.
우리 반에서 대체로 남자애들 사이에 마작이 유행처럼 번졌고 필자도 마작을 배워봤다.

처음에 배우기가 조금 어렵지 엄청 재미있다

 
이외에도 자신이 사업부별, 학교별, 반별 회식이 자주 개최되니 최대한 열심히 참여해서 친한 동기들을 많이 만드는게 좋다. 대체로 일본 대기업은 의욕과 인성을 토대로 채용하기 때문에 주변인들 인성이 훌륭해 배척없이 본인이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친구가 되는데는 문제가 없다.
 
연수가 끝날 때 쯤이면 이제 동기들의 본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한달 반동안 사회생활을 위해서 그동안 조심해왔던 부분과 회사의 전체규모가 몇만명 단위이기에 이후에 굳이 만나려고 하지 않으면 거의 볼일 없는 사람들이기에 회식자리에서 대환장 파티가 시작된다.
 
회식에서 옷벗는 동기(주변에 여자 있음), 야한농담 좋아하는 동기(여자임), 자기 옆에는 여자만 앉을 수 있다하는 동기(남자임), 커플결성 등 그동안은 못보여준 모습들을 하나둘씩 보여주면서 마무리가 된다.
 
필자가 한국사회에서 봤던 모습중에 가장 가까운 모습은 아무래도 군대 훈련소와 가장 유사하다고 느꼈다.
 
[힘들었던 점]
1. 언어의 벽 : 필자도 일본어를 외국인치고는 못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제외하고는 "초고학력" 일본인들이다. 그 사람들 페이스에 맞춰서 같이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할 때야 단기적이니 괜찮겠지만, 연수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해서 강의를 듣거나 그룹워크를 해야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2. 인간관계 : 당연한거긴 한데, 소외되지 않으려면 재미가 있거나 말이 잘통해야 한다. 즉, 남의 말을 잘들어주고 호응해줘야한다.
하지만 여기서 언어라는 요소가 들어가다보니 여러모로 일본인 입장에서는 필자는 좋은 사람이긴하지만 굳이 설명해야하거나 자신의 농담을 이해못하거나 인식차이나 문화차이가 있기에 일본인보다는 커뮤니케이션하기 귀찮은 상대가 된다. 거기서부터 약간의 마음의 벽이 생기기 때문에 그게 잘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필자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면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들이라 다들 잘 받아준다. 
자나깨나 언어다 언어.
 
 [결론]
필자는 가장 일본스러운 대기업에 입사했고 일본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가까운 기업에 취업했다. 수직적인 연공서열이 구시대적이고 나쁘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후배 시스템이 잘갖추어져있고 철저하고 유능한 인사시스템을 통해서 선발된 좋은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에 일본의 "조화[和]"가 더해진 환경은 굉장히 이상적인 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아직 연수밖에 받지 못한 시점에서 부서배치를 받고 자기보다 10년 이상의 선배들과 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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